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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감옥으로부터의 사색[2]
 작성일시  1999.11.10 18:45:29  작성자명  최환석  조 회 수  1,329
1980년 12월 16일, 대전에서


기상 시간 전에 옆사람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뽑아 벽 기대어 앉으면 써

늘한 벽의 냉기가 나를 깨우기 시작합니다.

나에게는 이때가 하루의 가장 맑은 시간입니다.

겪은 일, 읽은 글, 만난 인정, 들은 사정…… 밤의 긴 터널 속에서 여과된 어

제의 역사들이 내 생각의 서가(書架)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입니다. 금년도

며칠 남지 않은 오늘 새벽은 눈 뒤끝의 매운 바람이, 세월의 아픈 채찍이, 그리

고 불혹(不惑)의 나이가 준엄한 음성으로 나의 현재를 묻습니다.

손가락을 베이면 그 상처의 통증으로 하여 다친 손가락이 각성되고 보호된다

는 그 아픔의 참뜻을 모르지 않으면서, 성급한 충동보다는, 한 번의 용맹보다

는, 결과로서 수용되는 지혜보다는, 면면한 기도(企圖)가, 매일매일의 약속이,

과정(過程)에 널린 우직한 아픔이 우리의 깊은 내면을, 우리의 높은 정신을 이

룩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충동에 능하고, 우연에 승(乘)하고,

아픔에 겨워하며, 매양 매듭 고운 손 수월한 안거(安居)에 연연한 채 한 마리

미운 오리 새끼로 자신을 한정해 오지나 않았는지…….

하처추풍지 고객최선문(何處秋風至 孤客最先聞), 겨울 바람은 겨울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 법, 세모의 이 맑은 시간에 나는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을 수 있

는 생각에 정일(精一)하려고 합니다.

'겨울을 춥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신을 비극의 복판에 두기를 좋아하

는 우리의 오만을 찌르는 글이었읍니다.

화용이·민용이는 시골 아이같이 튼튼해 보입니다.

새해에는 여러 사람과 나누어야 할 만큼 큰 기쁨이 있기를 빌면서 하정(賀正)

에 대신합니다.
이 전 글  제목은 꼭 넣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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