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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주유소(3)
 작성일시  2014.03.11 17:37:48  작성자명  방자  조 회 수  2,755

불씨가 옮겨갔다.


 


대학생이었던 노동자는 편의점을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을 이겼다고 한다. 편의점 사장은 버티기, 쌍 욕하기, 화내기, 각서 준다고 꼬시기 그리고 학생의 가족들에게 전화하기 수법을 구사했다. 나중엔 하다 하다 못해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해 법원 공무원까지 손을 대 보기도 했단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나 보다. 편의점 사장은 2심까지 지고 나서는 아예 말이 없어졌다. 체불임금에 연 20% 이자도 붙는다고 했다. 갑자기 노동부 놈들 어쩌구 하며 욕을 해댔다. 그러더니 결국 손을 들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편의점에는 난리가 났다. 사장은 알바생들을 마구 해고했고 짤려 나간 직원들은 상담소를 찾아갔다. 그러고 나면 편의점 사장은 또 다시 노동부로 노동위원회로 불려나갔다. 그리고 해고된 알바생들은 한달 치에서 두달 치 월급으로 합의를 보고 편의점을 그만두었다. 결국 편의점은 사장과 사장의 와이프, 사장의 처남이 번갈아 가며 가게를 보고있다.


 


이 무렵 우리 사장님은 돌아가신 왕 사장님의 주유소를 되찾으셨다. 고상하신 우리 사장님은 주유소 사장님이 되시자마자 편의점 사장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편의점 사장이 길바닥에 나 앉을 까봐 걱정을 하셨다. 다시 예전처럼 알바생들과 즐겁게 일 할 수 있도록 해 줄테니 참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불씨가 옮겨갔다.


 


자동차용품점과 카센터는 따로따로 월세를 내지만, 모두 본사가 관리한다고 한다. 유니폼은 2개인데 용품점과 카센터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정직원 유니폼과 아웃소싱 유니폼이 있는 것이다.


 


아웃소싱 형들은 모두 계약직인데, 노조 가입했다고 모두 해고됐다가 2010년 겨울 카센터 지붕 위에서 2달 동안 농성을 하고 그 뒤로 주유소 앞에서 1년 동안 농상한 다음 다시 아웃소싱으로 복직했다. 정직원 형들도 모두 노조 조합원인데 아웃소싱 형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고 아웃소싱 형들을 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불씨가 용품점과 카센터 정직원 형들에게 옮겨 간 것이다. 그 형들, 임금 단가가 좀 쎄다. 주유소 총잡이하는 나로서는 통상임금이고 나발이고 남 일 같았지만, 편의점 알바생 사건을 바라보던 용품점과 카센터 정직원 형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던 것이다. 지역노조 상담소가 아니라 그럴싸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처음엔 용품점, 카센터 소장님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쯧쯧쯧..."


 


"그렇죠, 형님"


 


"카센터 거기도 실적대로 연봉협상하잖아?"


 


"암요. 우리 본사가 만만한데가 아니잖아요. 잔업수당은 기본급으로, 나머지는 다~ 성과연봉. 쟤네들도 그런거 잘 알텐데 말야. 노조 빨갱이 놈들이 돈에 눈이 멀어가지고 깝죽대는데, 형님은 신경 끄셔도 좋습니다."


 


"내가 뭐 신경쓸 게 있어? 그저 공주님 걱정하실까봐 그러지."


 


(우리 사장님이 카센터를 방문하셨다.)


 


"아이고, 공주님, 영광입니다요. 어떻게 이런 누추한 곳까지...?"


 


"소장님들, 이제 공주님 소리는 그만 하셔요. 제가 나이가 몇인데, 공주는...? 그리고 요즘 편의점 알바 애 때문에 걱정 많으시죠?"


 


"공주님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편의점처럼 가게 뺀다느니, 월세 밀린다느니 그런 일 없을테니, 걱정 마세요, 공주님~"


 


"아휴~ 제가 무슨~. 소장님들 걱정돼서 그러죠. 그저 법과 원칙대로만 하세요. 법과 원칙대로만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하지만 정직원 형들이 이겼다. 오래 결렸지만 이겼다. 마지막 대법원만 남았다고 했다. 세차장 형들, 알바생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썩이고 있을 무렵, 우리 주유소 사장님은 서울시청 환경과장 면담을 가셨고, 가시던 길에 시청 옆 카센터와 용품점의 본사를 들러 자동차 회사 사장도 만나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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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 2014.03.12 아이구.. 처음 생각보다 매우 거창해지고 있구만.. 삭제
방자 2014.03.18 그만 둘까봐요. 얘기를 어케 끌구 갈지 모르겠어요, ㅠㅠ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