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게시판
 제     목  주유소(2)
 작성일시  2014.02.28 16:13:43  작성자명  방자  조 회 수  2,370

주유소에 있는 자동차용품점이랑 카센터, 세차장, 편의점은 각자 사업자등록이 된 별개의 사업이다. 우리 사장님은 자동차용품점, 카센터, 세차장, 편의점 사장들로부터 월세를 받는 입장이다.

 

아시다시피 주유소도 열악한데, 그런 주유소에 세들어 있는 업체들은 오죽할까. 편의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주유소 편의점에서는 오래 전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문제가 많았다. 편의점 사장은 걸핏하면 노동청으로 불려 다녔고 주유소로도 출석통보서가 자주 날아 온다. 처음엔 편의점 사장도 겁도 내고 그랬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사장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오갈데 없는 놈들 데려다 밥 빌어먹게 해 줬더니, 사람 뒤통수를 쳐?"

 

하지만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노동청에서 나오래도 잘 나가지도 않고, 체불임금 지급하라는 명령이 떨어져도 일부러 시간 끌고 애 먹이다가 주기도 하고, 체불임금 준다고 각서 써 주면서 알바 애들한테 노동청 신고된 것 취하시켜야 돈 줄 수 있다고 꼬득인다. 그러면 노동청 감독관이 옆에서 부추긴단다.

 

"각서까지 받았는데, 뭘~"

 

하지만 막상 취하서가 들어가고 돈 받기로 한 날이 되면 편의점 사장은 돈 없다고 발뺌하면서 떼어 먹기도 한단다. 아무튼 뭐랄까, 편의점 사장은 이제 임금체불에 있어서는 프로다워졌다고나 할까?

 

노동청 신고해 봐야 별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애들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개 중에는 최저임금 때문에 고민하다가 임금 계산에 도가 트는 애들도 생겨났다. 

 

가정 형편 때문에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주유소 편의점에서 야간 고정을 하던 학생이 있었다. 바로 그 학생, 점잖고 예의바르던 그 학생이 나중에 불어 닥칠 엄청난 후폭풍의 발단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학생도 처음엔 최저임금 때문에 대단히 열이 받았던 모양이다. 당장 놀고 먹을 수는 없었고, 낮에는 기술사 자격 준비하느라 학원에 다녔는데, 학원비라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을 그만 둘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 학생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학생회 물도 좀 먹었다고 하는데, 최저임금이란 걸 모를리가 없었다. 해가 바뀌면 뉴스에, 신문에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하지만, 이 학생의 월급은 오를 생각을 않했다. 그랬던 이 학생이 참다 못해 찾아간 곳은 지역노조 상담소였다. 그런데 상담소에서는 이 경우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라고 했단다.

 

이유인 즉, 이 학생이 월급날 통장에 받는 돈은 최저임금보다 작었다. 하지만 사장은 통장으로 주는 월급 말고 매달 10만원씩을 따로 현찰로 챙겨줬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 10만원이 어떤 돈인지, 왜 주는지 모르겠지만, 이 학생이 6개월 즈음 됐을 때부터는 한번도 빠짐없이 매달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소에서는 현찰로 받은 10만원을 보태면 최저임금 위반이 되지 않고, 최저임금을 위반한 체불임금도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도 했다.

 

"사장님이 노동부 신고를 많이 당해 보셨다고요?"

 

"네"

 

"허허, 감독관한테 잔머리 굴리는 거 많이 배운거 같은데?"

 

"무슨 말이에요?"

 

"학생이 야간 고정이니까, 남들보다 더 받아야 될 것 아니에요? 학생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마 사장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을걸요? 근데 돈에 이름표가 없잖아, 이름표가 없어!"

 

"네?"

 

"누가 쥐꼬리만큼 돈 받으면서 야간에 일하고 싶겠어요. 야간에 사람 쓸려면 남들보다 더 챙겨줘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좀 더 주긴 해야 되는데, 돈에 이름표를 떼고 주니까, 최저임금 위반으로 걸면 최저임금에 갖다 붙이고, 야근수당으로 걸면 야근수당으로 갖다 붙이고, 뭐 그런 속셈인거죠!"

 

"야근수당요?"

 

"야간근로수당, 몰라요?"

 

"네"

 

"가게에 몇명 일해요?

 

"저 혼자요."

 

"아니, 가게 운영하려면, 사장 뺴고 몇명이 가동되야 하냐구요~?"

 

"아~! 제가 토, 일, 월, 화 야간 하고요, 수목금 야간하는 여자애가 따로 있어요. 주간에 2명, 야간에 1명, 3교대거든요. 주간에도 평일 알바가 4일 하고 주말 알바가 3일하고 그래요."

 

"그러면 6명이네?"

 

"네"

 

"사장은 근무 않해요?"

 

"애들 그만두고 자리 비우면 사장이 땜빵해요."

 

"암튼 6명이란 얘기네."

 

"네!"

 

"야근수당이란 말야~ ......"

 

결론은 최저임금 위반은 아니지만, 야근수당을 체불당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현찰 10만원에 이름표가 없는게 문제인데, 일단 편의점 그만두게 되면 눈 딱 감고 최저임금 위반으로 노동청에 신고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 사장이 현찰 10만원씩 준 거 가지고 최저임금 위반을 빠져나갈 거라고 했다. 그 다음에 다시 상담소로 찾아오라고 했다.

 

두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그리고 결국 학생은 편의점을 그만 두었다. 자격증 시험이 코 앞이라 시험 준비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상담소에서 알게된 노조 조합원 형님이 자기가 다니는 공장에 일자리를 소개해 준 것이다. 그 학생은 정직원으로 취업했다고 한다. 또 노조에도 가입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학생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다.

 

아무튼 편의점을 그만 두고 곧바로 편의점 사장을 고소했다. 최저임금 위반으로. 그리고 노동청은 예상에서 한 치의 빗나감이 없었다.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라고, 무혐의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

 

"소송하자."

 

"소송이요?"

 

"응!"

 

상담소 실장은 학생이 이름표 없이 매달 현찰로 받았던 10만원을 통상임금이라 했다. 그런데 이 돈을 노동청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줄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송으로 하자고 했다.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통상임금이요?"

 

"응, 통상임금!"

 

"통상임금이 뭔데요?"

 

"통상임금이란 말야, 음...... 통상임금은 당신 노동력 단가야."

 

"노동력 단가요?"

 

"그래, 노동력 단가. 연장, 야간, 휴일에 일하면 50%씩 가산되는건 알지?"

 

"네, 노조에서 교육시간에 배웠어요. 그리고 그 정도는 원래 알고 있어요. 자정 넘어가면 택시요금에 할증붙는 거랑 같은 이치죠?"

 

"그래, 그거야. 그렇게 할증을 붙이려면 기준 단가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아~ 기본급 얘기구나! 잔업수당 계산하는 기준단가는 기본급, 본봉 이런거잖아요."

 

"기본급 말고도 꼬박꼬박 받던 임금 있잖아. 네가 매달 10만원씩 받았던 것처럼 말야. 그런 돈도 통상임금이야. 그런 돈도 네 노동력 값어치란 말야. 이해 않돼?"

 

"......"

 

"사장이 너한테 괜히 10만원씩 줬겠어? 네가 일했으니까 일한 대가로 줬을거 아냐, 그 10만원이 임금이란 거에 이의있어?"

 

"아뇨!"

 

"게다가 사장이 노동청에서 그 10만원까지 보태서 최저임금 위반인지를 계산해야 된다고 했다며? 노동청도 그걸 인정했고 말야. 그런데 꼬박꼬박 받았잖아."

 

"......"

 

"잘 들어 봐! 너 지금 공장에서 시급 얼마 받지?"

 

"6천원이요. 그걸로 본봉 계산해요."

 

"또 뭐 있어? 잔업수당 말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

 

"...... 생산수당? 또...... 근속수당은 아직 연차가 않돼서리...... 음...... 아! 꼬박꼬박 고정적으로 받는 돈은 전부 내 몸값이다?"

 

"그렇쥐! 그 몸값을 기준으로 잔업수당이고, 야근수당이고, 특근수당이고를 계산한다는 거쥐, 50%씩 할증 붙여서"

 

"내가 받던 10만원도 통상임금이고 그것까지 통상임금에 붙여서 야근수당 계산해야 되는데, 노동부가 야근수당 않준건 인정할지 몰라도, 이름표 없는 10만원을 통상임금으로 인정 않해줄 것 같다, 그러니깐 소송으로 하자, 이 말이죠?"

 

"빙고!"

 

그러고 나서도 상담소 실장은 기나 긴 썰을 풀어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자랑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규채용보다는 있는 사람들 장시간 일 시키는게 더 싸게 먹힌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 급여명세서는 복잡하다. 왜냐면 노동자들은 통상임금을 잘 모른다. 어떤게 통상임금인지 알지 못하게 복잡하게 세분화시키면 기본급만 가지고 잔업수당 계산해도 불만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장시간 노동국가가 됐다 등등

 

그 뒤로도 노조도 복잡한 급여명세서 만들기에 일조를 했고, 그리고 또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기나 긴 썰 풀기가 계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갓 공장일을 시작한 학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꼻아 떨어졌다고 한다.

이 전 글  주유소(3)
다 음 글  야학 홈피에 관해서
이름 비밀번호
재현 2014.03.05 점점 수준이 높아지네.. 삭제
2014.03.06 형은 참 글을 맛갈나게 써... 나중에 상담 사례 모아서 수필 형식으로 책 한번 써봐 삭제
방자 2014.03.11 곽씨,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최규석, 송곳 검색해보셔. 웹툰인데, 재밌어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