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주유소에는 카센터도 있고 손 세차장도 있고 자동차 용품 가게도 있고 편의점도 있다. 다른 주유소와 비교하면 쫌 그럴사하게 보인다. 화장실도 크고 깨끗하다. 그래서 난 주유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한달에 한 번 얼굴 볼까말까 하는 사장님은 상당히 우아해 보이신다. 연세도 지긋하시고 족두리 찬 머리, 마치 조선시대 왕의 빈들이나 할법한 머리를 평생 고수하신 것 같다. 어딜 보는지 모를 듯한 눈빛도 꾀나 매력적이다. 그 연세에 그만큼 많은 남성 팬을 끌고 다니기가 어디 쉽겠는가? 이 주유소는 우리 사장님이 어릴 때 사장님의 아버지가 운영하셨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직도 예전 사장님을 왕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하루는 왕 사장님이 거나하게 한 잔 하시던 중 뻑치기를 당하시고는 다시 깨어나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때 왕 사장님과 호형호제 하던 대리님은 그 다음 사장님이 되셨고 대리 출신 사장님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노조가 만들어진 다음부터는 자주 사장님이 바뀌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우리 사장님이 빼앗겼던 주유소를 되찾아야 한다고 부추겼고, 사장님도 싫다고 하진 않으셨던 것 같다. 결국 사장님은 왕 사장님의 한을 풀어 주셨다. 하지만 왕 사장님이나 대리 출신 사장님이나 매 한가지로 원래부터 이 주유소 사장님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함부로 했다가는 해고 되기 십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