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체당금이란 것이 있지요. 우리 노무사들은 대장금, 장금이보다 체당금, 당금이를 더 좋아합니다.
체당금은... 채권자 '갑'이 채무자 '을' 한테서 받을 돈을 제3자 '병'에게서 받고, 갑의 채권을 가져간 병이 을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쳤을 때, 제3자 병이 채무자 을을 대신하여 채권자 갑에게 대신 주는 돈, 바로 그렇게 대신 주는 돈을 체당금이라 합니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갑-노동자, 을-사업주, 병-국가라고 한다면, 사업주로부터 못 받은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 노동자에게 주고 국가가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하면, 노동자가 국가로부터 받는 체불임금을 우리는 체당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국가가 노동자의 임금채권을 가져가서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사업주로부터 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체불임금이 있다고 해서 바로 체당금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즉 6개월 이상 사업을 하다가 사실상 도산했다는 요건(사업이 폐지되었거나 폐지 과정에 있을 것과 사업주에게 임금지불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체당금이 지급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회사가 망해서 문을 닫고 폐업되었거나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의 주된 부분이 1개월 이상 정지된 상태에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사장(또는 법인)에게 체불임금을 줄 돈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이런 입증은 주로 서류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요. 주로 이런 내용을 담은 법이 임금채권보장법이구요.
그래서 노무사들은 1~2명이 아닌 여러 명의 체불임금사건을 한 방에 처리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체당금 사건, 즉 당금이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파키스탄 노동자들과 있었던 일(비오는 날 나빠요. 마누라 생각나서 나빠요.)을 쓴 적이 있는 데, 그 사건...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건이거든요. 그 회사가 결국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문을 들업습죠. '아, 당금이닷!' 본능적인 움직임이 시작되는 시점이죠. 회사를 갔죠. 아무도 없었죠. 서류를 뒤졌죠. 사장은 연락이 잘 안되었죠. 서류 들고 체당금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협조하라고 집으로 찾아 갈 생각이었죠. 그러다 공장 안에 누가 들어왔죠. 사장이죠. 딱 걸렸죠. 콩밥 먹고 싶냐더군요. 필요한 서류가 있어 찾으러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서류가 없어졌다더군요. 내가 챙겼던 서류를 다 주었죠. 그래도 없었죠. 나는 인터넷으로 조회해서 찾을 수 있다고 공언했죠. 근데 그 홈페이지가 바뀌었더군요. 사건번호와 비밀번호가 있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식은 땀이 줄줄 흘렀죠.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그 사장을 다시 만나기로 했죠. 서류는 어제 돌려 줬구요.
그리고 오늘
우리 가족은 곧 이사를 갈겁니다. 그래서 지금 사는 집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는 일이 요즘 중요한 관심사이죠. 전에도 이런 일로 송사를 치룬 적이 있다보니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1층 아랫집이 전세보증금을 더 얹어서 2층 우리집으로 온다더군요. 그런데 이러저러한 자금사정으로 대출이 필요하고, 그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에 받은 대출을 갚아야 하고, 뭐, 아무튼 어찌저찌하여 일단 우리가 얼마를 열흘간 아랫집에 빌려주기로 했습죠, 오늘.
아랫집 아줌마를 우리집 손여사는 ㅁ숙이 언니라고 부릅니다. ㅁ숙이 아줌마가 우리집 손여사에게 계좌번호와 이름(ㄱㅁ숙)을 문자로 알려주고 손여사는 그 문자를 나에게 전달했죠. 난 인터넷뱅킹으로 그 계좌번호로 송금을 했습니다. 상대방 예금주가 ㅈㅁ숙이었고, 나는 어제 일을 처리하러 가던 중에 급하게 송금하면서 '아랫집 아줌마가 ㄱ씨가 아니라 ㅈ씨인가 보다.'하고 생각하고, 손여사에게 'ㅈㅁ숙에게 송금 완료'라는 문자를 보냈죠. 근데 손여사는 ㅈㅁ숙이 아니라 ㄱㅁ숙이니까 다시 확인해 보라더군요. '바쁜데...으이-씨'라며 다시 확인하고 있는데 손여사가 다시 계좌번호를 알려주더군요. 원래 받았던 번호는 7***인데, 다시 알려준 번호는 1***이더군요. 그리고 다시 상대방 이름을 잘 보니 'ㅈㅁ숙'이 아니라 'ㅈㅇ숙'이더군요. 손 떨리는 순간이죠. 은행에 전화했죠. 상대방 은행에 먼저 문의하라더군요. 상대방 은행에 전화했죠. 우리쪽 은행 창구에 가서 정식으로 반환신청을 하던가, 아니면 자기들이 송금받은 쪽에 연락을 해서 자발적으로 반환해 주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연락 받고 입 씻는 경우도 있으니 우리쪽 은행 창구로 가보는 게 좋다더군요. 갔죠. 사정을 말했죠. 서류를 작성했죠. 기다렸죠. 다행히 우선 지급정지는 시켰다더군요. 한 1주일 걸릴 거라더군요. 이제 노심초사 1주일을 기다리는 일 밖에... 노심초사 할 것까진 없을 것 같지만서도...
여기서, 앗, 어제 일
오늘 보기로 한 약속을 미루더군요. 어제 벌어진 일도 노심초사 며칠을 기다려 당금이를 만나던가, 아님 콩밥? 휴~ 모르겠다. 노심초사까지야... 흠. 끝. 끝. 끝. 끝.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