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에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남자들끼리 낚시를 간다고 새벽 5시에 학교에서 모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뒤져 교장선생님 전화번호를 찾은 후 통화를 눌렀다.
그런데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약간 당황했지만 난 정중한 목소리로 사정을 말씀드리며 교장선생님을 바꿔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하지만 당신이 교장이라며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참으로 어쩔줄을 몰랐다. 내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해서 나는 다시 조곤조곤 설명을 드렸다. 오늘 새벽에, 학교에서, 남교사들끼리, 대천으로, 낚시를, 떠나야 하는데, 교장선생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으셔서............
통화를 처음했을때, 상대방의 목소리는 풀어진 휴지마냥 흐릿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상대방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이 들렸다. 그리고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내 핸드폰에 "교장쌤"이라고 저장된 번호는 "송용순 교장선생님"이었다는걸.......
그 순간 나는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 했다. 사실, 오늘, 학교에서, 제가, 전화번호를, 잘못 눌러서,...한참을 설명을 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동안 얼마나 바뻤냐고, 얼마나 바쁘길래 연락이 없었냐고, 한동안 아퍼서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보고싶다고,........................예, 예, 예,예 제가 나중에 꼭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제가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예, 예, 예, 예
새벽녘에 잘못걸려온 전화에도 반갑게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듣는게 이렇게 곤혹스러울 줄 몰랐다. 그 전화를 그렇게 반갑게 받아주실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리고 지금 내가 뭘 하며 사는지도 몰랐다.
모든 일행이 학교에 도착했다.
사서 고생을 하며 낚시를 다녀왔다. 시간과 돈을 써가며 바다낚시를 다녀왔다. 잘 먹고 잘 보고. |